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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여덟 번째회 (18)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여덟 번째회 (18)

 

 

 

봉이 김선달

 

 

 

김선달金先達의 이야기를 듣고 난 박광서朴光書는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김선달은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내 말대로 하십시오

하자 박광서는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

한양의 이만수 놈은 성격이 아주 교활해서 보통 수완으로는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 놈입니다. 그러니 잘못 건드려 일이 빗나가면 돈은 돈대로 빼앗기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할 것이니 아주 치밀하게 계책을 세워서 대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선달님을 부른 게 아닙니까? ”

박광서朴光書는 김선달金先達을 하늘같이 믿고 있는 눈치였다.

.. 박장자! 내가 내일 박장자를 대신해서 한양에 다녀 오리다

아니 선달님께서 직접 한양엘요? ”

그렇습니다. 내가 직접 이만수 놈을 만나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 놓겠습니다. 그래야만 그 놈이 두 번 다시 박장자를 오라 가라 하지 않을 것이니 어서 내 말대로 하십시오

어떻게 말입니까? ”

우선 현금 만 냥을 준비 하십시오

만 냥을요? ”

현금 만냥이란 말에 박광서朴光書는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놀라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아따 놀라실 것 없습니다. 만 냥이 아니라 십만 냥이라도 이번 기회에 마무리를 지어야지 잘못 걸렸다가는 수만 냥을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르니 어물어물 할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십 만냥 짜리 전표錢票(지금으로 말하면 자기앞 수표와 같은 것)와 오만 냥 짜리 전표를 만드시오

아니 그 많은 돈을? "

냥도 입이 벌어질 판인데 십만 냥 짜리와 오만 냥 짜리 전표를 만들라고 하니 박광서는 정신이 뱅뱅 돌 지경이었다.

이보시오 박장자! 무슨 겁을 그리 내시오 공전표(부도 수표와 같은 것)를 만들면 되지 않소

공전표라... 만일 이만수란 놈이 그게 공전표란 것을 알면 더 큰 화가 미칠 게 아니오? ”

서도西道에서 제일 가는 박광서 부자富者는 후환이 두려워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에게 묘책이 있습니다. 이만수란 놈 생각대로 이 봉이 김선달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니 걱정은 붙들어 메어 두십시오. 그렇게 김선달金先達을 믿지 못하면 어찌 부르셨습니까 ? ”

아니오. 선달님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 하시구려. 죄우간 선달님만 믿겠습니다. ”

박광서朴光書는 이처럼 위급할 때 김선달金先達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화약火藥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김선달의 말대로 즉석에서 십 만 냥과 오만 냥 짜리 전표를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김선달金先達은 깨끗한 의관을 위엄있게 갖춰 입고 앞 뒤에 열 두 명이나 되는 하인下人을 거느리고 현금(엽전) 만 냥을 자루에 담아 말두 마리에 나누어 실고 한양漢陽을 향해 길을 떠났다. 봉이 김선달金先達의 행렬은 마치 임금이 행차하는 것처럼 호화로워 마을 사람들이 행길에 나와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행렬이 지나가는 마을에서는 고을 사또까지 나와 행렬을 지켜보았으니 그 행렬이 얼마나 호화롭고 장엄한지 감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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