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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재벌들의 탐욕과 이기심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검찰이 대우조선 비리와 관련된 의혹을 캐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다. 재판에서 형벌이 확증될 때까지는 의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들을 보면 칡덩굴처럼 그 줄기와 뿌리가 어디가 끝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사건과 관련돼 검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도 늘어나고 있다. 양파 껍질처럼 벗길수록 의혹이 불거져 나오는 모양새다. 피의자 직업도 언론인이 있는가 하면 사진사도 있다. 이런 수준이라면 사건 규모도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재벌들의 부패나 비리를 보면 한 가지 생각나는 얘기가 있다. 돈을 많이 가진 지주(地主)가 자기집 머슴이 사는 방을 지나다보니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방안에서 부부가 즐겁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방문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방안을 들어다 보니 부부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어린 자식이 재롱을 부리고 뛰어노는 모습에 부부는 집이 떠날듯 배꼽을 움켜쥐고 깔깔거리며 웃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지주는 이들 부부가 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장롱 깊숙히 숨겨 둔 돈자루와 금덩이를 전부 방바닥에 쌓아 놓고 웃으려 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지주는 세상의 행복은 돈이나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대학에 다닐 때 ‘자본주의론’을 강의하는 교수님에게 들은 여담이다. 우리 사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재산을 갖을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삿된 짓을 하면서 재산을 모으는데 정신이 몰입되어 있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재벌이나 부자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대운조선뿐만 아니라 롯데그룹도 현재 강도 높은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재벌들의 횡포는 재산축적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갑질 논란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자기 사옥으로 끌고 가서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2천만원을 준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회장도 있다. 또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못쓸짓을 하여 고소를 당한 재벌 회장도 있다. 이처럼 재벌 2-3세들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에 몰입하거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례가 한 두건이 아니다. 도대체 얼마나 재산을 많이 가져야 마음이 흡족하고, 어떻게 직원들을 부려야 기분이 상쾌할지 모르겠다.

이들이 정작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고 무한하게 축적된 재산에서 행복을 찾을려고 한다면 결국 이들의 명예와 재산은 불행에 함몰되고 말 것이다. 재벌이나 재산 많은 부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당신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되는가? 정말 당신들이 가진 그 많은 재산을 모으면서 하늘을 향해 진실로 한 줌의 부끄럼이 없었던가? 당신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어디에 두고 있는가? 남보다 많이 가지고도 남보다 더욱 많이 가질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진실로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있는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도 부족하여 권력까지 거머질려는 재력가도 있다. 재산으로는 부족하여 권력까지 움켜쥐면 행복할 수 있는가? 재산과 권력을 가지고 경쟁속에서 사는 것이 가진자의 행복이라면 재산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는 불행한가? 남보다 더 많은 재산과 권력을 가지고 경쟁속에서 사는 것이 가진자의 행복이라면 그 행복이 얼마나 고단한 것이며, 힘든 인생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 재산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좁은 동네 골목까지 쳐들어와 눈물겨웁게 연명해가는 서민들의 삶의 텃밭까지 빼앗아 긁어 모은 재산을 죽어서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발상은 제대로 된 사람의 인품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 이명희 두 재벌의 형제간에 벌렸던 재산 다툼을 보면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재벌이나 부자가 존경을 받지 못하면 불행한 사회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는 탐욕과 이기주의를 미덕으로 삼는 가혹하고 부패한 윤리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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