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두 번째회 (12)
봉이 김선달
“ 이건 냄새가 털털한 게 박소경이 뀐 방귀구만.. ”
“ 아니. 뭐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생사람 잡지 말라구.. 이건 꾸리꾸리한 게 강소경이 뀐 방귀로구만.... ”
“ 뭐. 어째고 어째? 어째서 내가 뀐 방귀란 말이오? ”
소경(장님)들은 이처럼 옥신각신 서로 다투다가 결국 음성을 높혀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이건 확실히 시금털털하고 꾸리꾸리한 게 이 소경이 뀐 방귀야 ”
“ 뭣이 어째? ”
도대체 어떤 놈이 뀐 방귀가 날아가지도 않고 이처럼 지독하게 코를 찌르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소경들은 생각했다.
“ 그럼 이 소경이 안 뀌었으면 누가 뀌었단 말이여 응? ”
이러면서 손가락질을 하다가 그만 박소경의 입을 푹 찔렀다.
“ 어.. 이거 사람을 치는구나? ”
박소경이 화를 벌컥 내면서 이 소경의 얼굴을 후려치자 마침내 싸움은 육박전으로 변하고 말았다. 코딱지 만한 좁은 원두막 위에서 소경들이 서로 치고 받으며 몸싸움을 벌리자 엉터리로 얼기설기 지어 놓은 원두막이 그만 우지끈 왕창! 소리를 내면서 폭 쓰러져 버렸다.
“ 아이구. 사람 살려! ”
“ 사람 살려! ”
“ 이거 무슨 날벼락이냐 ”
“ 아이구 사람 살려! ”
소경(장님)들의 비명소리와 사방에서 접시와 그릇 깨지는 소리, 여자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함께 뒤섞여 온통 수라장이 되자 슬그머니 김선달金先達이 나타났다.
“ 아니 어찌된 일이오? 이거 집 한 채가 완전히 무너졌으니.. 이보시오! 남의 집을 이렇게 부셔버리도 되는 것이오? 세상에 이럴 수가 어디 있소...”
“ .............?.. ?......”
“ 글쎄.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점잖은 어른들이 갑자기 싸움을 하다니 끝내는 집까지 허물어뜨리고 이렇게 음식상을 차려 놓은 그릇까지 모두 박살이 나 깨지고 말았으니 이게 뭡니까 ? 아이구 이걸 어쩌나... ”
김선달은 마누라의 우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 천천히 다가섰다.
“ 으음.. 이거 큰 일 났는데.. 집이 무너지다니 보통 일이 아니구만... ”
한편 소경(장님)들은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혼비백산魂飛魄散, 이제는 죽는가 보다 하고는 정신이 아찔했는데 잠시 후에 정신을 차려 보니 다친 곳은 없는지라 다행이라 싶었다. 하지만 그릇들이 모두 깨졌음을 알고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 선달님! 정말 미안하게 되었소. 뜻하지 않은 일로 폐를 끼쳐서 이거 면목이 없구려. 그만 가야겠소.. ”
소경(장님)들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문밖으로 나갈려고 했다. 그때 김선달金先達은
“ 아니 남의 집을 이렇게 부셔놓고 가기는 어디를 가겠다는 거요? ”
하면서 다소 격분한 목소리로 소경(장님)들을 불러 세웠다.
“ 이거 보시오. 아무리 앞 못보는 소경이라도 염치가 있고 경우가 있어야지. 그래 남의 잔칫집에 와서 음식상과 그릇을 박살 내놓고 집까지 망가뜨려 놓고서 그냥 간단 말이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김진사 댁에서 소중히 여기는 값 비싼 그릇들을 빌려 왔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박살을 내놓았으니 이걸 어찌겠다는 거요? ”
김선달은 서슬이 시퍼렇게 발로 깨진 그릇들을 툭툭 걷어차자 그릇 조각들이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흩어졌다.
“ 흐흠..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