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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규 경상북도의회의장, 국가안보문제에 지역민의 일방적 희생은 가혹하다

<사드배치 부지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김천 종합운동장의 9월 24일 토요일 오후, 저마다 바쁜 시간을 제쳐두고 시민 1만여명이 한뜻으로 운집한 가운데 ‘성주골프장 사드배치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한낮의 햇볕에 뜨거워진 아스팔트에 앉아 시민들과 함께 동참하고 구호를 외쳤지만 일부에서 현 사태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려는 강경한 발언들을 접하면서 경상북도의회 의장으로서의 심경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럴수록 안보 없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음을 되뇌었다. 안보는 국가의 번영을 지켜주는 보호막이자 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에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그 무엇보다 우위에 있다. 안보가 취약하면 외침의 빌미를 주기 마련임을 우리 한민족의 지나온 역사가 방증하고 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도 1582년 병조판서에 임명되자 이듬해에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먼저 준비하여야 한다”면서 ‘시무6조계(時務六條啓)’를 조정에 건의하고 다시 양병십만론(養兵十萬論)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붕당에 휩싸인 조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조선은 무방비 상태에서 임진왜란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순신 장군의 전쟁을 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 그리고 '미리 이겨 놓고 난 후에 싸운다'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병법 즉,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먼저 만들어놓고 전투에 임한다는 전략과 실천으로 백척간두의 조선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목전으로 닥쳐온 최근의 상황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때문에 사드 배치결정은 북의 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개념의 결정이며 실질적인 대응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드배치 부지문제는 수개월째 경북의 민심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다. 당초 성주의 성산포대가 사드배치의 최적지라던 국방부는 성주군민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자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던 제3후보지를 실사하고 최종결과 발표를 곧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제3부지로 성주군의 성주골프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4만 김천시민들이 반대시위에 나서고 있다. 유력 후보지가 사실상 김천시와 더 가깝기 때문이다. 김천에서는 매일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김천시민들은 성주골프장으로 결정될 경우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며 갈등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왜 이처럼 엄청난 갈등과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첫째로 정부의 체계적인 대처나 일관성 없는 사드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국방부가 성주군민 여론에 밀려 결정을 번복하는 등 ‘땜질식 처방’으로만 대응한 탓이다. 국가안보차원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사드배치를 어렵게 결정하고도 국민들에게 불신을 자초한 형국이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 없는 일방통행식 밀실결정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사드의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객관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범 정부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의 공론화 과정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를 단 한차례의 설명이나 설득 작업도 없이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성주골프장은 김천과 가까운 곳임에도 김천시민에게 사전설명을 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있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필요한 무기이며 한반도 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은 맞다. 하지만 안보 문제가 지역주민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요구하여서는 안된다. 대신에 일관성있는 국방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며 사드배치가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소통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아울러 사드배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하루빨리 봉합되어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우리의 국익을 북한에 헌납하는 행위가 되지 않도록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갈등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사드배치에 대응하는 논의과정에 누구는 옳고 그르다는 식의 무책임한 비난은 섣부르다. 지역민 스스로 사드포도라 이름붙이고 트랙터로 갈아붙이면서 사태를 과장하는 것도 지나치다. 무분별한 삭발도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 지금은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이철우 국회의원 그리고 경상북도의원 60명 등 지역 선출직이 모든 지역민들과 함께 똘똘 뭉쳐 사드배치로 인한 지역민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고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이고도 안전한 그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드배치 입지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가는 것이 먼저이다.

 

천부경 첫머리에 ‘하나가 셋으로 갈라진다’는 ‘일석삼극(一析三極)’이란 구절이 있다. 3이라는 숫자로의 확장과 안정은 곧 흩어진 셋을 모아 보다 성숙하고 통일로 가게되는 과정을 회삼귀일(會三歸一)이라 한다. 이 대통합·대화합의 원리는 바로 신라가 삼국을 하나의 국가 단일민족으로 통일시키는 동력이었으며 나라와 국민이 흩어지고 분열하는 역사의 고비마다 국가와 민족을 지켜주는 동력이 되어 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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