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열 한 번째회 (11)
봉이 김선달
“ 어머나! 그러세요. 그런데 어떡하나... 지금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자리가 없는 걸요 ”
김선달의 마누라는 능청스럽게 억지로 수다를 떨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더니 과연 그 남편에 그 아내로 두 사람의 손발이 기가 막히게 척척 맞았다.
“ 그래? 아. 됐군.. 저기 좋은 자리가 있지 않소. 그리로 안내를 하리다. 당신은 어서 음식상이나 보아 오구려 ”
“ 예. 그러죠 ”
김선달은 집을 나서기 전에 엉터리로 지어 놓은 허술한 원두막으로 소경들을 안내했다.
“ 죄송합니다. 손님이 갑자기 많이 들이닥치니 집이 꽉 차는군요. 이곳이 차라리 좁은 방보다 나을 것 같아서 모시는 것이니 불편하시더라도 용서하십시오 ”
“ 원 별 말씀을.. 이만하면 아주 마음에 듭니다 ”
소경(장님)들은 자리야 어떻든간에 술과 음식을 얻어 먹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두 손을 더듬거리며 원두막 위로 기어 올라 갔다.
“ 그럼 잠시 앉아서 말씀을 나누십시오. 워낙 없는 살림이라 손님들이 오시니까 바쁘군요....한꺼번에 손님들이 들이 닥치니 바쁘서 눈코 뜰 사이가 없구만요...”
“ 뭘 괜찮습니다 ”
소경(장님)들은 음식상이 올라 오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원두막 밑에서는 쉴새 없이 돼지 기름 타는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여자들의 분주한 말소리와 접시와 그릇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 허. 이거 무척이나 바쁜 모양이구만.. ”
소경들은 이제나 저제나 음식상이 나올까 하고 군침을 흘리며 은근히 기다렸으나 좀처럼 기다리는 음식상은 올라오지 않고 돼지 기름 타는 냄새만 더욱 코를 간지럽혔다. 거기에다 나른한 봄 햇살이 따스하게 온 몸을 비추고 배가 훌쭉하게 시장기마저 느껴지니 졸음이 살금살금 쏟아지기 시작했다.
“ 여보게들! 한숨 자야만 음식상이 올라 올 모양이네 ”
소경(장님)들은 그렇게 소곤거리며 서로 등과 등을 맞대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흐흠. 이제야 잠이 오는 모양이군 ”
마루에 앉아 소경들의 동태를 유심히 살피고 있던 김선달金先達은 소경들이 졸고 있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소경(장님)들은 처음에는 꾸벅꾸벅 졸더니 금방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이제 됐다! ”
김선달金先達은 뒷간(변소)으로 들어가서 똥 바가지에 똥을 조금 퍼다가 슬금슬금 원두막 위로 올라 갔다.
“ 잔칫상은 꿈속에서나 얻어 먹고 이 똥 냄새나 맡아 보거라 이놈들아 ! ”
김선달은 막대기 끝에 똥을 찍어서 여러 소경들의 코 끝에다 슬쩍 묻혀 놓은 다음 원두막을 내려 왔다. 그런 후 얼마나 지났을까 소경들은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디선가 구린내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 에취! 고약하다. 누가 점잖치 못하게 방귀를 뀌었누? ”
“ 흐흠. 그 방귀 참 지독하다. 누가 뀐 방귀인지 독해서 머리카락이 다 빠지겠구만...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