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아홉 번째회 (9)
봉이 김선달
“ 외삼촌! 돈은 이미 다 써버렸고 그렇다고 갚지 않을 수도 없고. 요새는 하루가 멀다하고 소경(장님)들이 찾아와서 빚 갚으라고 독촉을 하는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아요... 외삼촌 ! 저를 도와 주십시오. 어떻게 좋은 방도가 없을까요 ? ”
“ 좋은 방도라? 으음.. 좋은 방도야 생각해 보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당장에야 좋은 방도가 안 나오는구나... 설사 좋은 방도가 나온다 해도 그것이 소경들에게 먹혀 들지는 모르겠구나.....그놈들은 돈에 대해서라면 중국놈보다 더한 놈이니까...”
김선달金先達은 이렇게 뜸을 들이고 나서 점잖게 장덕을 타일렀다.
“ 내 말을 잘 명심해서 듣거라 !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서 기생 오입을 한다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만 그것도 자기의 위치를 살펴 가면서 해야 하는 법이다. 네가 소경의 돈을 무려 백 칠십 냥이나 빌려서 기생 밑구멍에 쳐넣었다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후회한들 죽은 자식 자지 만지기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러니 기생에게 쓰는 돈이란 저 대동강 물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아서 비록 나라의 상감이라도 당해 낼 재간이 없는 법이다. 기생妓生이란 그 말 자체가 기생충처럼 사내의 불알에 붙어 피를 빨아 먹고 사는 계집년이니 두 번 다시는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 ”
“ 알겠습니다. 외삼촌! ”
장덕이는 머리를 조아렸다.
“ 그럼 걱정 말고 집으로 돌아 가거라. 그렇지 않아도 비싼 이자를 받아 먹는 그 놈의 소경(장님)들 버릇을 한번 고쳐 주려고 방도를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내가 소경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볼 것이다 ”
김선달은 장덕을 위로하여 돌려 보냈다. 그리고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좋은 일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소경들을 혼내 줄 묘안을 궁리하다가 마누라를 불러 놓고 도란도란 귓속말을 속삭였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난 마누라는 화들짝 놀라며
“ 어마나! 그래서요? ”
하면서 눈을 휘둥그래 떴다.
“ 그러니까 말이야. 지순이네 엄마랑 돌석이네 엄마랑 옥분이 엄마를 불러다가 일을 시작하란 말이오. 나는 또 나대로 일을 꾸며 볼테니까.. 에이 요놈의 봉사들... 그동안 비싼 이자로 많은 사람들의 돈을 갈취했으니 어디 한 번 두고 봐라... ”
김선달金先達은 마누라에게 일을 서둘도록 바쁘게 재촉했다.
“ 자. 쇠뿔도 단김에 뽑아라고 어서 빨리 시작하구려. 일을 시작할 때 왕창 뿌리까지 쑥 뽑아 버려야지.. 아니 그런가....”
“ 왜 아니래요 ”
그리고 나서 김선달은 마당 한 구석에다 임시로 가건물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가느다란 석가래로 원두막처럼 얼기설기 엉터리로 지은 집이어서 몇 시간도 안되어 허술하지만 원두막 한 채가 거뜬히 세워졌다. 이때 김선달金先達 마누라가 지순, 돌석, 옥분이 엄마를 불러다 놓고 뭐라고 소곤거리자 여인들은 배꼽을 쥐고 간드러지게 깔깔 웃으면서 손벽을 쳤다.
“ 선달님이 아니고서는 이런 묘안을 생각할 사람은 없어요. 참으로 통쾌한 일이구만요... 글쎄 우리도 그 놈의 봉사(장님)들한테 돈 삼십 냥을 빌려 쓴 후에 단단히 혼이 났지 뭡니까... 아유 이 참에 아주 잘 되었구만요. 속이 다 후련하구만 ”
“ 그러니까 오늘 골탕을 먹이는 겁니다 ”
“ 오늘 봉사들이 허둥대는 꼴을 한번 봅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