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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일당 400만 원 황제노역

 

칼럼

 

 

                      일당 400만원 황제노역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전직 전두환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는 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 벌금 40억 원이 확정됐지만, 30억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이 진실로 모든 국민에게 공정성이 보장된 사회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사회는 모든 국민이 평등해야 하며, 또한 권리와 의무에도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특히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흔히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의 들어 볼 수 없는 독특한 어휘다. 전재용 씨의 경우 미납된 벌금 30억원을 납부하기 어럽다고 판단하여 노역장 유치를 집행했고, 하루 400만원으로 계산하여 28개월(965)의 노역장에 처해졌다. 그런데 전씨가 하는 일은 봉투접기, 제초작업, 청소 등이라고 한다. 일당 400만원 짜리의 일감으로는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경우 형사범의 노역 일당인 10만원과 비교하면 어처구니 없는 액수라는 것이다. 공정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로 해야지 이건 해도 너무하다. 지난 2014년에 대주 그룹 허재호 회장의 일당 5억짜리 황제 노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논란이 됐던 해당 사건 이후 노역과 관련한 형법이 새롭게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씁쓰레하기만 하다. 현행 형법 70조는 벌금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00일 이상의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아무리 많은 액수(벌금)라도 1000일 이상의 노역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한가지 모순이 발견된다. 벌금 액수가 커질수록 탕감 금액이 커진다는 것이다.

 

 

 

과거 나재벌 씨는 500억원을 탈세하고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벌금 254억원을 선고 받았으나, 일당 5억원 짜리 구치소 노역생활을 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검찰은 나재벌 씨의 노역을 중단시키고 벌금을 강제 추징하기로 하였다. 서민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돼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씩 공제받는 것에 비해 5,000배에서 1만배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심한 불균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전재용 씨의 일당 400만원이라는 액수는 최저 시급 1만원의 인상안 조차 거부당한 작금의 사회분위기에 비춰볼 때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의 정서와는 괴리감이 너무 심하다. 만일 미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미국인들은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사회에서의 이러한 불평등은 국민 합의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국민의 미덕을 좀먹는다. 특히 형벌에 신분을 차별하면 국민의 불평등이 깊어지게 되고 이는 곧바로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에게 평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미국에서도 불공정성 논란으로 소송이 연방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종별 우대정책을 비롯하여 소수집단정책(affirmative action), 워싱톤, 미시간에서의 공교육과 취업에서 인종차별 정책, 학업적성시험(SAT), 배키 소송사건(데이비스에 있는 켈리포니아대학), 흡우드 사건(택사스대학), 그루터 사건(미시간대학) 등 수 없이 많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황제노역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합법이나 불법성 여부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공정한지 불공정한지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실로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는 민주사회라면 황제노역이라는 말 자체도 없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미국사회에서는 아파트 분양을 놓고도 불공정 하다면서 소송을 한다. 2만명이 입주한 스타렛 시티(starrett city : 2만명이 입주한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단지)가 대표적 사례다. 전두환 정권 때 정치구호는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그런 정권의 통치자 아들이 지금 정의롭지 못한 황제노역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irony)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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