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17)

  • 등록 2024.09.26 00:10:01
크게보기

 

 

 

 

                    조선시대~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17)

 

 

                                                              글 : 권우상

 

 

커다란 배를 가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경상도 선산(善山 : 지금의 구미 지역)의 월파정(月派亭) 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 대장부로서 색향으로 유명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수야 없는 일이 아는가.. 그냥 치나치면 안되고 말고...”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아름다운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며칠동안 생활하면서 한 배 가득하게 실은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무일푼이 된 맨몸으로 돌아갈 처지가 되었다.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며칠동안 즐겁게 지내면서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만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 기생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 옵니까?” “너의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며칠 사이에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어두운 밤에는 볼 수 없으니 밝은 대낮에 한번 자세히 보여 줄 수 없겠느냐?” 그러자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장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 아니라 백번이라도 들어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알몸으로 반듯이 드러누워 상인이 보고 싶다는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 상인은 손우로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 본 후 시(詩)를 한 수 지었는데 이런 것이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늙은 말의 힘 없이 감기는 눈같더니(遠看老馬目), 가까이 들여다 보니 고름이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近見患膿瘡), 양쪽에 들린 입술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가 없는데(兩邊皆無齒), 어떻게 한 배에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 치웠는고?(喫盡一船薑)”........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T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송희(안성)|편집인 : 이서온| 청소년 보호책임자:김창섭|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